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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여, 제 영혼을 받아 주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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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여, 제 영혼을 받아 주소서
한정희 교수(홍익대 미술대학)
신앙인이 주님께 드릴 수 있는 최고의 헌신은 무엇일까? 나의 생명은 주님께 있음을 고백하며 생명을 주신 그 분께 다시 그 생명을 돌려 드릴 수 있는 믿음이 아닐까? 목숨까지도 다 드려 그분께 충성하는 것은 그야말로 온전히 모든 것을 드린다고 할 수 있다. 로마시대의 극심한 탄압에 저항하여 신앙을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은 빛도 들어오지 않는 카다콤의 지하동굴에서 평생을 살았으며 때로는 붙잡혀 십자가에 달려 죽거나 콜로세움의 경기장에서 사자의 밥이 되기도 하였다. 하나님을 믿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많은 이들이 보는 앞에서 사자에게 찢긴다는 것은 인간으로서는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이었을 것이다. 이들의 고통과 두려움을 그림으로 그린 이들이 있다.
19세기 프랑스 화가인 쟝 레온 제롬(Jean-Leon Gerome, 1824~1904)은 신고전주의 화가이면서 살롱에 출품하여 인기를 얻은 오리엔탈리즘을 추구하였던 화가였다. 터키, 이집트, 중동, 북아프리카 지역을 여러번 여행하면서 본 이국적인 풍물을 에로티시즘과 결합하여 표현하여 유럽인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던 화가였다. 당시 유행하던 인상주의나 사실주의를 따르지 않고 신고전주의 화풍을 선호하면서 평생 자신만의 화풍을 유지시켜 나갔다.
제롬은 경기장 안에 모여 앉아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며 두려움에 떨고 있는 기독교인들을 애처롭게 묘사하고 있다. 신자들을 멀리 보이게 하고 있고 가까이에는 사나운 사자를 부각시키고 있어 두려움을 증폭시키고 있다. 더 멀리는 이미 십자가에 매달려 죽은 사람들이 많이 있어 역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배경에는 이와 달리 수많은 인파들이 단지 구경꾼으로 이 장면을 게임을 즐기듯이 바라보는 모습으로 대비시키고 있어 인간의 잔인함과 가학성을 드러내고 있다.
제롬보다 40년 후에 출생한 에밀 놀데(Emil Nolde, 1867~1956)는 같은 주제를 다른 기법으로 표현하고 있다. 에밀 놀데는 독일에서 출생하였고 표현주의를 표방하여 강렬한 색채 사용과 심한 변형의 인물묘사로 사실적인 제롬과는 매우 다른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후에는 동아시아를 포함한 세계를 여행하면서 한국에도 들려 한국인을 그린 작품들이 전하기도 한다.
그의 작품에서는 이미 신자들이 사자에게 물려 피를 흘리고 있으며 활처럼 휘어진 몸은 체념의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악마와 같은 얼굴의 사자들과 그 뒤로 멀리 보이는 관객들이 마치 작은 악마들처럼 이 장면을 즐기고 있다. 신자들이 흘리는 붉은 피와 배경에 보이는 붉은 긴 띠가 조응하여 인간 죄악의 무거움과 격렬함을 드러내고 있다. 에밀 놀데는 사물들을 자세히 묘사하지는 않았으나 그 강렬한 색채와 거친 필선이 오히려 현장의 잔혹함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순교 또한 긴 역사를 갖고 있다. 로마시대 이래로 계속 이어져 근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영혼들이 이런 저런 사정으로 순교의 길에 들어섰다. 이러한 박해는 오히려 더 많은 신자를 낳게 하였으며 마침내 오늘과 같은 신앙 자유의 시기에 이르게 하였다. 그러나 아직도 곳곳에서 여러 가지 다른 모습으로 박해는 이어지고 삶의 순교 또한 요구되는 때에 “주님 너를 부르신다 믿는 자여 어이할고” 찬송가 256장의 물음 앞에 각자의 답을 준비해야 한다.
쟝 레온 제롬, 기독교 순교자들의 마지막 기도, 1883, The Walters Art Museum
에밀 놀데, 순교자, 1921, 에밀 놀데 재단,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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